요즘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루다의 선물하기에 기능을 보면서 굉장히 놀랬었다. 그러다 문득 her이라는 영화가 떠올라서 찾아보게 되었다. 이 영화의 주제는 무엇일까? her의 주인공인 테오도르 트웜블리(호아킨 피닉스)의 마음처럼 되게 혼란스럽고 또 사색에 빠지게 만든 영화가 아닌가 싶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한 이 영화의 주제는 진정한 관계와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감정들인 것 같다.
관계라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 중반부에 주인공은 사만다와 함께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을 보인다. 그 안에서 보이는 주인공의 감정은 초반부에 나오는 침울한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진짜 사람과 데이트를 하는 것처럼 설레하기도 하고, 즐거워 보인다. 소위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소통과 공감이라고 말하는데 영화 속 주인공은 사만다와 진정한 소통과 공감을 나누는 것처럼 보인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관계를 맺을 때 필요한 것은 실체일까? 아니면 감정적 교류일까? 어쩌면 후자가 아닐까 싶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혼자 살기에는 너무 벅찬 현실이다. 누구나 위로 받고 싶고 칭찬 받고 싶고 또 응원 받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MZ세대의 사상이 개인주의가 되버린 지금은 사소하지만 진심어린 위로와 칭찬은 듣기 어려워진 것이 진실이다. 그런 현실을 영화는 꼬집듯 인공지능에게서 위로 받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핀트에서 조금 벗어나자면 세상이 개인주의와 쾌락주의에 완전히 물든 것 같아 참 아쉽다. 누군가 조금만한 실수를 하면 그 실수를 부풀려 남들에게 얘기하거나, 아무렇지 않게 남을 깎아내리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어쩌면 다같이 살아가는 세상인데 실수는 보듬고 고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사회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에 있어서 더 나은 답이 아닐까 싶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또 교양을 즐기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자신의 위상을 위한 도구로써 사용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참으로 아쉽다. 내가 생각하는 독서와 영화 감상 같은 교양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그걸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며 돈독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않는 것 같다.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들
영화 중후반부에 다다르면 주인공이 캐서린과 직접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고 이혼 서류를 작성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이 나에게 무척이나 감명 깊었다. 캐서린은 대화를 나누다 지금 만나는 사람 있냐며 물어보는데, 이때 인공지능과 만난다하니 캐서린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또 자신이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불만들을 표현하는데 이러한 점이 역설적으로 나는 사람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행동을 할 수 있고, 혼란스러워하는 점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다. 현재 존재하는 인공지능은 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척'만 할 수 있을 뿐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정들과 혼란스러움은 가질 수 없다.
누구나 그런 경험들을 한번씩 해보았을 것이다. 이미 이별했던 연인 혹은 첫사랑한테 가지는 묘한 감정.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그들을 그리워도 해보는 그 경험 하지만 또 그의 좋지 않았던 점을 생각도 하며 그리워하던 감정을 지우기도 해본다. 이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닐까 싶다.
영화 her은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리움, 짜증, 답답함, 애증, 사랑, 우정 하지만 그 많은 감정들이 진정한 나를 만드는 것 같다. 누구나 만남을 하고 누구나 이별을 마주한다. 그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her의 주인공처럼 자신을 성장시켜주었던 사람이고 한 때 사랑하던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기는 어렵겠지만 마음으로라도 고마워. 좋은 사람아 라고 말해주는 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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